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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죽어라 맞벌이했는데… 겨우 56만원 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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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nuri 2009. 9. 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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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종합

[심층분석] 죽어라 맞벌이했는데… 겨우 56만원 남네

입력 : 2009.09.09 03:17

김정훈 기자

통계청 2분기 가계수지 보니
외식·경조사·자녀교육비 등 외벌이보다 지출 더 많아
소득 대비 준조세 비율…
외벌이보다 낮지만 보육료 지원은 적어 '울상'

3년 전 맞벌이를 시작한 이경선(35·서울 신림동)씨는 요즘 힘들게 얻은 직장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작은 건설업체에서 서류 처리를 하며 받는 월급이 160여만원 정도. 여섯 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종일 맡기고 다니는 직장인데 수입도 그리 많지 않고, 외벌이할 때보다 나가는 돈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맞벌이하고 나서부터는 곧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이와 보내는 시간만 줄어들었고,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맞벌이가 크게 남는 게 없다'는 이씨의 생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8일 통계청의 가계수지 분석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맞벌이 근로자 가구의 월 소득은 393만원, 외벌이의 월 소득은 29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로 월 103만원 더 버는 셈이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돈을 벌지만, 함께 나가서 쓰다 보니 맞벌이 가구의 씀씀이는 더 컸다. 맞벌이 가구의 월 지출은 289만원, 외벌이는 243만원으로 한 달에 46만원 정도 더 썼다. 그래서 월 흑자액(소득-지출)을 보면 맞벌이는 104만원, 외벌이는 48만원이었다. 맞벌이는 외벌이보다 불과 월 56만원 남는 장사인 것이다.

월 56만원 더 남는 맞벌이

맞벌이는 거의 모든 항목의 씀씀이에서 외벌이를 능가했다. 가장 차이 나는 지출항목은 외식·숙박비. 맞벌이는 월 6만8786원을 외벌이보다 더 썼다. 교통비 또한 6만8005원 더 지출했다. 교육비 지출액도 5만8000원 많았다. 교육비 중 정규교육비는 별 차이가 없었는데, 학원비는 외벌이보다 월 5만1487원 더 들어갔다. 자녀들의 학원비 마련을 위해 맞벌이를 하거나, 맞벌이로 늘어나는 소득으로 교육비 지출을 늘리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맞벌이는 외벌이보다 옷과 신발에 1만9990원, 가사 도우미 비용에 1만9469원, 통신비로 2만14원 더 지출했다. 가구 간 이전지출(부모에게 송금, 경조사비 등)은 맞벌이(19만4805원)가 외벌이(14만3339원)보다 5만1466원 많이 썼다. 더 버는 돈으로 부모에게 송금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맞벌이 부부는 경조사비도 '남편 따로' '아내 따로'가 되어 이중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벌이의 재산소득(예금이자 및 주식배당으로 얻는 소득)은 월 1만735원으로 외벌이(1만1885원)보다 1150원 적었다. 연 4.2% 이자를 주는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치면 맞벌이는 예비비로 305만원이, 외벌이는 350만원이 통장에 들어 있는 셈이다. 또 외벌이의 이전소득(부모로부터의 송금 및 정부지원금)은 월 20만5571원으로 맞벌이(6만8319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은 "일부 전문직 맞벌이는 예외지만, 자신들이 어느 정도 돈이 있거나 부모가 재산상 여유가 있는 가정이면 맞벌이보다는 외벌이를 선택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맞벌이는 고기, 외벌이는 생선

맞벌이와 외벌이 가구는 식품비 씀씀이에서도 차이가 난다. 전체 월 식품비는 25만원 정도로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맞벌이는 고기류를 사는 데 외벌이보다 월 2000원 정도를 더 썼다. 반면 외벌이는 채소류를 사는 데 맞벌이보다 2000원가량 더 썼다.

또 맞벌이는 과일(외벌이보다 월 1645원 더 지출), 과자와 사탕(603원), 햄류(450원), 빵류(1004원)에 더 많은 돈을 썼다. 거꾸로 외벌이는 신선한 수산물(맞벌이보다 월 793원 더 지출), 식용유·참기름 등 기름류(304원), 소금·생강 등 양념류(657원)에 돈을 더 썼다.

박혜련 명지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맞벌이를 하는 집은 생선·나물 등 쉽게 상하는 음식보다는 보관이 쉽고, 조리하는 데 손이 덜 가는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고 말했다.

준조세 부담률은 외벌이보다 낮아

대개의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보다 세금·국민연금·의료보험료를 더 낸다. 소득이 많은 만큼 세금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올해 2분기 기준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에 비해 세금을 평균 월 2만4782원, 국민연금을 3만8294원, 의료보험료를 2만1303원 정도 더 냈다. 맞벌이하면 월 세금을 8만4000원 정도 더 내는 셈이다.

절대액으로는 맞벌이가 세금·국민연금·의료보험료 같은 준조세를 외벌이보다 많이 내지만, 소득 대비 준조세 비율을 보면 상황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올해 2분기 맞벌이 가구의 소득 대비 준조세 비율은 8.9%, 외벌이는 9.1%였다. 5년 전인 2004년에는 준조세 부담비율이 맞벌이는 8.0%, 외벌이는 8.8%였다. 5년 동안에 맞벌이의 준조세 부담률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외벌이보다는 부담률이 낮다.

다만 맞벌이 가구는 부부가 아이의 보육·교육을 희생하면서 열심히 일해 세금(금액 기준)을 많이 내는 반면, 정부의 보육료 지원에서는 불이익을 당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 여부는 부부 합산 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보육료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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